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결혼한 친구의 아내와 이미 산 물건에 대해서는 무조건 칭찬하라."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후회하거나 유감이 없도록 칭찬을 아끼지 말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무조건 칭찬해야할 목록에 어떤 것을 넣고 싶으십니까?

저는... 머리 깎는 것을 넣고 싶네요.

이미 깎은 머리카락 다시 붙일 수도 없는데... 거기에 대고, 너무 짧다느니 어떻게 자르는 게 오히려 더 나을 거 같다느니 하면 가슴만 아픕니다..ㅠ

그럼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오늘 며칠간 별렸다가 머리를 깎으려고 단골 미장원에 갔습니다.
(무려 30분을 걸어서;;)

그런데 막상 미장원 앞에 가니, 저를 반기는 말은...

'개인 사정으로 오늘은 일찍 퇴근합니다.'

정말 맙소사... 안될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그런데 겨우 시간내서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고해서 주위에 다른 미장원이 있는지 스캔했습니다.

다행히 아주 밀접한 곳에 미장원이 하나 더 있더군요.

재빨리 들어갔습니다.

사람들은 별로 없더군요. 별로 안 기다리고 자리에 앉아 머리를 깎았습니다.

"얼마나 잘라 드릴까요?"

"여름이니까.. 좀 짧게 잘라주세요.. 시원하게요."

"어느 정도 짧게요??"

"흠....... (말로 표현할 수 없어서 사진을 꺼내듭니다..) 이거보다 짧게요."


갑자기 아주머니 얼굴이 굳습니다.

묵묵히 머리를 자르기만 합니다.

'아~ 괜히 보여줬구나...' 후회가 머리 속을 스칩니다. 실수인가봅니다.

이윽고 머리를 다 깎았습니다.

그런데 뭥미??  제 덥수룩 했던 머리가 사라진 것은 좋았지만, 어느새 거울 속에는 고등학교때 깎았던 스포츠머리보다 조금 긴 윗머리에 뒷머리만 어색하게 남아있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때부터 아주머니 수습합니다.

"머리카락이 원래 좀 떠서 그래... 다른 사람들은 잘 가라앉아서 괜찮은데.. 머리 스타일이 좀 그렇네.....  머리에 뭐 좀 발라줄까??" 

"아니요.. 뭐.. 괜찮아요."

그래도 아주머니는 뭔가를 발라줍니다. 뭔지는 모릅니다;; 어쨌든 고정능력이 있는 왁스나 젤과 같은 류임은 틀림없습니다.

저도 압니다. 미장원에서 나올때의 머리는 임시라는 걸... 미장원에서는 어떻게 머리를 깎아도 그럴듯해보이는 마법의 거울이 있다는 걸..

진실은 집으로 돌아와 내 방의 거울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어쨌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머리는 다시 붙일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_-;; 피할 수 없다면....)

계산의 시간이 왔습니다.

저는 저의 재테크 아이템 체크카드를 꺼냅니다.

그런데;;;;;

줌마 : "어머! 저희집에는 카드가 안되는데..."

나 : "어.. 저 현금 없는데.... "



저와 아주머니를 비롯한 미장원에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쏴~ 해집니다.

줌마 : "괜찮아요. 저기 신협있으니까.. 저기서 뽑아오세요."

나 : "수수료때문에 농협까지 가야 할 거 같은데요;;"

줌마 :  "..............."

작은 돈도 아껴야 하는 마당에 수수료라니요;; 요즘 카드 안되는 곳이 어디있겠냐?? 생각했는데... 이거 뒤통수 제대로 맞았습니다.

그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나 : "저... 동전으로 드려도 되요??"

줌마 :  "....... 뭐...... 되긴하죠.."

저에게는 저의 사랑스러운 돼식이의 몸에서 나온 동전들이 있었습니다. 마침 농협들러서 살거도 있는 김에 저축이나 하려고 몽땅 가져왔는데...

그게 8,460원...... 거기다가 지갑속 지폐 2천원.. 겨우 만원을 채울 수 있는 돈...

어쩔 수 없이 동전이랑 지폐 꺼내서 한쪽에 쌓기 시작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눈초리가 따갑습니다.

파마하던 아주머니도, 머리깎으러 기다리고 있던 아저씨도

'설마 정말 동전으로 내려는 건 아니겠지?' 라는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꿋꿋하게 동전을 꺼냅니다.

500원 짜리대로, 100원짜리대로 모아서 동전탑을 쌓습니다...

500원 5개, 100원 55개......-_-;;
(모아서 세우는데만, 5~10분여 계속 쏟아지는 눈빛들;;)

그렇게 미장원 손님들과 아주머니의 열화(?)와 같은 눈초리를 무릅쓰고, 동전으로 이발비를 치르고 나왔습니다.

뻔히 카드에 돈이 있는데, 돈을 가지고 있는데, 돈 있으면서 괜한 눈초리 받기는 처음이네요.

단골 미장원은 카드가 되기때문에 여기도 되겠거니 했던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죠...

아..... 씁쓸합니다.

역시 제가 사는 곳이 시골은 시골인가 봅니다.....

물건 사고 돌아오는 길... 일부러 그 미장원 앞을 안 지나가려고 다른 길로 둘러왔습니다....

앞으로는 지갑에 만원 정도는 넣고 다녀야겠습니다. 돈 쓸일 없다고 그냥 다녔더니 이런 일도 겪네요;;;;



餘談 : 며칠전에 산 만보기를 차고 왔다리 갔다리 했더니, 총 8812걸음을 걸었다고 나오네요. 만보기 안 차고 다닌 거 합치면 만보정도는 되겠죠??

운동 꾸준히 해야하는데.. 큰일이군요..
Posted by 연어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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