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기꾼'에 이은 또 다른 경험담입니다.

생각해보니 비슷한 경험이 또 하나있더군요...^^;;
(정말 제가 어리바리하게 생긴 걸까요?ㅠ)

군대를 막 제대하고, 일 조금 하다가 쉬고, 자격증이나 따볼까? 하는 생각에 시립도서관에 다니고 있을때였습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때아닌 감기가 걸려서 골골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책을 덮고 약국가서 약이나 사먹고, 집에가서 쉬어야 겠다! 라는 마음을 먹고, 도서관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왠 남자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길의 반대편에서 저를 보더군요.

'뭐..지?? 내가 모르는 사람이 분명하니까.. 아마 사람을 잘 못 봤나보다..'라는 생각에 그냥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길을 계속 걸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를 보더니 엄청 반가운 얼굴로 이야기 하더군요.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2X살인데요."

물론 사람을 잘 못 본 사람일테니.. 무안하지 않게 순순히 대답해주자 라는 생각에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분명히 자기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잘못 봤음을 알고 넘어갔을테니까요.

? : "그럼.. 본관과 성씨는 어떻게 되세요?"

저 : "$% #씨인데요."

? : "아.. 반가워요. 당신은 시종자 이십니다."

저 : "네????????"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립니까? 시종자라니요...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어안이 벙벙..;;;

저 : "시종자라니..그게 뭔가요???"

? : "시종자란 그 성씨를 대표하는 단 한사람을 이야기 하는 건데요. 저 또한 시종자이기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답니다."

저 : "아...네..... 그렇군요...^^;"

겉으로는 어떻게든 웃고 넘기려고 했는데, 이 사람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더군요.

? : "시종자와 시종자가 만나기 위해서는 조상님께서 힘의 70%와 저의 조상님 힘의 70%를 써야 겨우 만날 수 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됐네요."

저 : "-_-;; 네.. 그렇군요...;; 반갑네요.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어떻게든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몸 상태가 안좋은 환자니까요..;;

? : "혹시 요즘 일이 안 풀리지 않나요?"

저 : "네... 그렇긴한데요..."

? : "그리고 혹시 부모님 건강이 안 좋지 않나요?"

저 : "네. 몸이 안 좋으시긴 한데..."

? : "그러니까 저랑 같이 가셔서 제사를 함께 지내셔야 해요. 시종자끼리 제사를 지내면 그 집안이 잘 될뿐만 아니라 그 성씨 모두에게 좋은 일이 생기거든요."

잠시 고민했습니다;; 정말인가? 정말 그런걸까?? 뭔가 이상한데...;;

생각을 더듬고 더듬어...

'이 세상에 일 잘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

'또 내 나이또래의 부모님중 건강해서 쌩쌩 날아다니는 분은 얼마나 될까??'


그렇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점쟁이가 "너희 집에 사과나무있어?"

"없는데요."
 
"잘했어.. 있었으면 큰일날뻔했어"라는 이야기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황급히 가려고 하는데, 제사만 지내면 그 성씨들 전체가 좋아진다는 말이 자꾸 걸렸습니다.

'나 때문에 우리 성씨들이 기회를 놓치는건 아닐까??'

하지만 그냥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뭔가 이상했으니까요...

저 : "그냥 전 갈께요. 신경 써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가야겠네요."

? : "어디 가시는데요?"

저 : "약국에 좀..."

? : "저희 동네에 좋은 약국이 있어요. 거기서 약 사시면 되요. 그리고 저랑 같이 가셔서 제사드려요."

-_-;;; 이건 완전 어거지에 거머리에 찐드깁니다.

도대체 거기까지 따라가서 왜 제가 약을 사야하는건지;;;

저 : "그냥 전 갈게요. 이근처에 약국있거든요. 그냥 거기서 약을 사고 집에 가는 버스타려구요."

무작정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따라옵니다;;;

? : "혹시 저를 못 믿어서 그러시는 거면, 저랑 같은 시종자 누나가 있는데 그 누나를 바꿔드릴게요. 믿어주세요!!"

도대체 눈에 보이는 사람도 못 믿는데, 얼굴 한번 못 보고 전화만한 사람을 어떻게 믿겠습니까?

그래서 논리적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저 : "우리나라에 성씨가 150개 정도인데, 그렇다면 그 150명만 모아서 제사지내면 우리나라에 아픈 사람, 불행한 사람 한 명도 없겠네요. 그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어디있습니까??"

하지만 이 사람 끈질깁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도망가고, 쫓아오고, 도망가고, 이야기하고 무려 1시간 30분동안 실갱이 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이 쳐다보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인터넷에 시종자를 검색해보니... 저 외에도 당한 분들이 조금 있더군요.

암튼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저 안 어리바리합니다..ㅠ.ㅠ
Posted by 연어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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