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제가 어리바리하게 보이나 봅니다.

오늘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사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문득 경험이 생각나서 울컥(?) 글을 적어봅니다.

1. 제가 어느 도시의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거리를 활보하는 중의 일이였습니다. 갑자기 어떤 분이 제 앞을 막아서더군요.

"죄송한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차비가 없습니다.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 자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얼굴로 주민등록증을 저에게 내밀더군요.

솔직히 남의 민증을 보기도 애매하더군요. 아무리 보여준다지만 그래도 남의 신상정보인데.. 하는 생각이 머리안을 스쳐지나갔던거죠.

그.런.데.. 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은 이것만이 아니였습니다.

저는 주민등록증을 지갑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갑은 잃어버렸다고 하면서 주민등록증은 어떻게 가지고 있었을까요???

어지간해서는 주민등록증을 따로 보관하기는 힘들텐데;;;

그래서 그냥 씨~익 웃으며 "죄송합니다. 돈이 없네요."라고 이야기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정이야 확실히 모르지만, 아마도 제가 예상한 것이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이 제가 처음으로 만난 길거리 사기꾼이었습니다.

2. 작년 초의 일이었습니다. 이제 처음으로 대학원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쪽으로 내딛는 첫 발걸음 이었죠;;)

당시의 제 행색은 큰 가방 하나를 들고, 노트북 가방 하나를 어깨에 매고 있었습니다.

거의 완전히 나 시골에서 막 왔네요~~ 라고 외치는 듯한 모습이었죠.

어떤 점잖게 정장을 입으신 분이 제게 오더군요.

손에는 지하철 노선도가 들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 이분이 나에게 길을 물어보려나 보다...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뭐... 처음으로 와서 저도 아는게 없으니..대답을 못해드릴껀 뻔하고, 그래서 정중하게 모른다고 이야기해야지 하는 찰나.

아니나 다를까  저에게 지하철 노선도의 한 부분을 찍으며 이야기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저.. 죄송한데, 저도 서울은 처음오는 거라서 길을 모르겠네요."라고 이야기 하고 자리를 뜨려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무서운 얼굴을 하더니,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라면서 저를 불러 세우는 겁니다.

그러면서 계속 지하철 노선도의 한 부분을 가리키면서,

"내가 찜질방에서 자고나니, 누가 옷장을 털어가서 지금 지갑이 없는데, 나는 00에 가려고 하니... 차비 8000원 정도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하철 노선도는 왜 보여주고, 왜 한 부분을 가리키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를 언제보았다고 강압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는 건지... 기분이 확! 상해버려서

"돈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지하철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물론 그 분들이 정말 그런 사정에 처해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알 수 없는 거죠.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듣고난 친구가 그러더군요.

정말 그런 상황이면 차라리 경찰서에 가라고 이야기 하라구요.

그렇습니다. 정말 떳떳하면 경찰서에 가서 자기 신원을 밝히고 사정을 이야기하면 설마 경찰이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참.. 저도 저지만, 언제부턴가 처음보는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의 눈길로 쳐다봐야만 하는 사회도 안타깝네요...
Posted by 연어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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